
안녕, 내 사랑하는 손자야.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구나. 지난주 줄넘기 대회는 어땠니? 네가 잘하는 X자 넘기기 몇 번이나 해봤는지 궁금하다. 나는 지난주에 헬스장에서 줄넘기 해봤는데, 이제는 쌩쌩이 10개도 제대로 못 하겠더라. 아마 줄넘기 줄이 너무 짧았던 것 같아. 핑계는 아니지만, 정말로 짧았어. 너의 파란색 줄넘기가 있었더라면 20개는 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비웃지 말아줘, 알겠지?
3월이 되니까 날씨가 많이 풀렸구나. 뉴스에서 예쁜 기상캐스터가 올해 여름은 길 거라고 하더라. 아마 너도 "올해가 가장 더운 해"라는 말 자주 들을 거야. 결국 겨울과 여름만 남고, 봄은 점점 짧아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날씨를 즐기려면 더 열심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봄이 되니 모두들 바빠지는 것 같구나. 지난주에는 일본에서 뮤직비디오 제작팀이 왔단다. 중간에 통역하는 분이 있어서 우리가 어떤 세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 그런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동시에 오가는 촬영 현장은 처음이라, 그게 정말 신기했단다. 모두가 같은 장면을 보고 있지만, 각자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
그룹 이름이 <하나>였던 것 같아. 촬영장에서 료스케라는 사람을 만났단다. 일본 소니 뮤직에서 일한다고 하더라. 내가 사용하는 좋은 카메라도 소니 건데, 소니 뮤직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 뮤직비디오 제작도 많이 한다고 하더구나. 우리나라 제작사들도 해외 촬영을 많이 가는데, 보통 현지 세트 회사와 협업한다고 해. 특히 태국에서 촬영을 많이 하는데, 비용도 저렴하고 퀄리티도 좋다고 하더구나. 다만 촬영 외적인 비용이 꽤 든다고 하던데. 접대비나 유흥비 같은 것들이 많대. 내가 직접 가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이번에 만든 세트 영상 보여줄게. 먼지도 많고, 흙도 날리고, 차도 계속 오가던 날이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라면을 만드는 밀가루로 갯벌 세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니? 흙과 섞으면 진짜 갯벌처럼 보이거든. 다음에 한번 만들어보렴. 물론, 네 엄마한테 등짝 맞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오늘은 3.1절이란다. 학교에서 배웠을지도 모르겠네. 1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고, 한국인들은 강하게 저항했지. 그걸 기리는 날이야. 그런데 오늘, 일본 제작진과 한국 스태프들이 함께 우리가 만든 세트에서 촬영을 했어. 100년이 지난 지금, 같은 공간에서 함께 창작하고 있더라. 그런 재밌는 날이었어.
그럼 다음 주에 또 편지할게. 답장 기다리마.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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